지경의 편지

지경의 편지
지경의 편지Name지경의 편지
Type (Ingame)임무 아이템
RarityRaritystr
Description젊은 모험가가 남긴 편지, 쌉싸름한 청심의 향이 은은하게 풍긴다

Item Story

탐사대의 모두에게:

인사도 없이 떠나게 되어 정말 죄송해요.
탐사대의 선배님들, 그동안 항상 배려해 주시고 보살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모두와 함께할 수 없을 거 같아요.

근우 언니, 제가 떠난다고 너무 화내거나 속상해하지 마세요. 언니는 예전에도 철은 없지만 운명에 굴복하지 않는 젊은 모험가들을 많이 돌봐주셨을 거라 믿어요. 그리고 전 그 많고 많은 모험가 중의 한 바보구요. 제 이기적인 행동에 언니가 괴로워하지 말았으면 해요. 제 작별이 언니에게 좋은 추억만 남겼길 바라요. 제게 지금까지 가족이 있었다면, 제 가장 가까운 가족은 언니였어요…. 아직 들려드리지 못한 이야기가 많은데, 남은 거라곤 지도에 있는, 결코 뛰어나지 않은 지명들이네요. 그 지명들마저도 더 따져보고 선례를 찾아봤어야 하는데, 언니와 모두에게 더욱 좋은 지명을 남겨주지 못한 게 정말 아쉬워요.
어찌 됐든, 그동안 절 지켜주고 보살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하지만 전 영원히 어른의 보살핌을 받는 것보단, 저 혼자서 진정한 여정을 겪는 걸 바라고 있어요.

헤디브 씨, 제 이기심을 용서해 주세요. 헤디브 씨도 나름의 생각이 있다는 건 알아요. 어쩌면 당신의 말처럼 층암거연 지하의 비밀은 일반인들이 찾을 수 없는 초월적인 물건일지도 몰라요. 그래서 「신의 눈」이 없는 제가 이렇게 한 걸음조차 내딛기 어려운 걸지도 모르죠…
하지만 전, 여전히 저도 모르게 상상하곤 해요. 레너드, 스탠리, 그리고 로알드처럼 명성이 자자한 일반인 모험가들이 제가 봤던 아름다운 광경을 본다는 상상이요. 저와 함께 심오하고 어두운, 오래된 바위의 대청을 거닐고, 검은 보랏빛의 진흙이 마그마처럼 들끓거나 맑고 투명한 짙푸른 수정석이 하늘을 떠돌고, 과거의 지도가 기록된 오래된 비석을 보게 된다면, 그리고 그밖에 이루 형용할 수 없는 수많은 기적을 보게 된다면…. 그 위대한 모험가들은 목숨을 보전하기 위해 위험에서 물러섰을까요? 아니면 바보 같은 저처럼, 평범한 목숨을 내걸고서라도 심오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이 세상을 탐구하려 했을까요?
학자로서, 그리고 저와 같은 평범한 사람으로서, 헤디브 씨는 이런 상황에 부딪히면 어떤 선택을 할까요?

클리토퍼, 지금까지의 내 불신과 모든 이기적인 행동을 마음에 두지 말았으면 해. 난 널 싫어하지 않아. 넌 보물 사냥단이라는 불법 단체에서 왔고, 평소에도 도둑처럼 짜증 나고 수상하기도 하고, 모두에게 음료를 만들어줄 때 위생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데다, 근우 언니한테 버릇없이 굴며, 광갱에서 총무부의 안전 규칙에 따르지 않고 경고를 해도 귓등으로 듣는 녀석이긴 하지만… 이런저런 단점들이 있어도 그건 다 중요하지 않아. 친구로서 널 조금 더 일찍 만나지 못한 게 아쉬워.

목영 오빠, 미안하지만 이제 보고는 못 할 거 같아. 내가 총무부의 정직원이 될 수 있게 챙겨줘서 정말 고마워. 오빠가 아니었다면 난 층암거연의 입구에 들어오는 것도 힘들었을 거야. 어쩌면 내가 떠난 뒤에야 총무부의 정식 허가가 나올지도 모르겠네. 나 대신 보관 좀 해줘, 나중에 기회가 돼서 돌아온다면 한턱 크게 쏠게. 까먹지 마!

{NICKNAME} 선배님, 여행 중 늘 함께해 주셔서, 가르침을 주셔서, 위험한 상황에서 구해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이 모든 건 평생 잊을 수 없는 은혜지만, 그걸 갚을 능력이 없다는 현실에 가책을 느낍니다. 원소의 힘을 다루면서 모험하고, 여행하는 선배님은 신의 총아죠. 하지만 그래도 알고 싶어요, 영원히 알 기회가 없을지도 모르지만…. 선배님은 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영웅과 야차가 암왕제군을 따라 싸웠던 머나먼 옛적에, 신이 바위를 잘라 산을 만들고 돌을 던져 바다를 이뤘던 머나먼 과거에 신의 관심과 인정을 단 한 번도 받은 적이 없었던 우리 같은 작고 약한 인간은 과연 어떤 존재였을까요? 평범한 애증, 평범한 행복과 고난, 평범한 성과, 평범한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갈등과 유대… 이 모든 게 신들한테는 정말 거들떠볼 가치도 없는 광경이었을까요? 오래된 신의 존재는, 평범한 사람이 설명할 수 없는 경관은 정말 평범한 용기로도 극복할 수 없는 금지된 곳이었을까요?

암왕제군님이 이미 떠나신 지금, 이런 쓸데없는 말은 불경할지도 몰라요….
하지만 우연히 신의 은총을 가진 선택된 이들에 비해, 신의 시선 밖에 있는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우연히 태어났으면서도 변함없는 마음으로 간직한 꿈, 가난에 얽매여 일생을 허무하게 보내고 싶지 않은 작은 소망, 그리고 바쁜 삶…. 달리 말해 잊히지 않으려는 우리의 마음, 그리고 잊히지 않으려고 애쓰는 작은 노력, 또는 평범한 용기를 가지고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노고가… 정말 전부 무의미한 짓일까요?
만 길이나 되는 높이의 절벽에 매달려 약초를 캐는 약초꾼, 땅이 흔들리고 뒤집히는 위험을 일상으로 삼는 광부, 수층 높이의 거대한 선박에서 못을 박는 인부들… 그들의 노력이 허무하게 여겨지고 모두에게 잊히는 게 당연하다면, 신들은 이토록 황당하게 인간의 염원, 그리고 존엄의 우열을 가리는 건가요?

그런 의문을 품고, 전 선배님을 따라 층암거연 깊은 곳의 미지와 위험에 도전하고, 평범한 사람으로서의 한계에 도전했어요. 감히 「정복」이나 「탐색」이라 자만할 바는 못 되지만, 적어도 제가 제작하고 개정한 지도에 층암거연을 넣고 싶었어요. 제가 발길이 닿았던 곳에, 층암거연의 변화무쌍한 경관에 평범한 사람의 이름을, 제 이름을 남기고 싶어요.
아둔한 저는 이렇게 해야만이 후세에 저와 같은 신에게 선택받지 못한 평범한 사람들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어떤 이야기를 남길 수 있는지 알려주고 격려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선배님, 제 인사 없는 작별을 걱정하지는 말아 주세요, 제 여정은 아직 끝나긴 한참이거든요. 좀 쉬고 모든 게 일단락되면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갈 생각이에요. 절 위해 길을 열어줘서 감사합니다. 전 층암거연 깊은 곳의 통로를 따라, 더 이상 걸을 수 없을 때까지 계속 모험할 생각이에요.
탐사대 여러분의 행운을 빌게요.
머지않은 미래에, 여행길에서 다시 만나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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